1. 영화 기본정보
- 제목: 인 디 아일 (In the Aisles, 2018)
- 원제: In den Gängen
- 감독: 토마스 스터버 (Thomas Stuber)
- 각본: 토마스 스터버, 클레멘스 마이어
- 장르: 드라마, 휴먼
- 제작국가: 독일
- 러닝타임: 125분
- 주요 출연진: 프란츠 로고스키, 산드라 휠러, 페터 쿠르트
- 영화제: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2. 줄거리 요약
조용한 청년 ‘크리스티안’은 대형 슈퍼마켓 야간 근무자로 새롭게 취직한다. 포크리프트 운전을 배우며 창고 안 진열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는 점차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전에 없던 소속감과 평온함을 느낀다.
특히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동료 ‘마리온’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되며, 그의 무미건조했던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마리온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크리스티안은 다시 한번 삶의 의미와 고독, 상실을 마주하게 된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 크리스티안 (프란츠 로고스키)
과거를 지운 채 슈퍼마켓에서 새 출발을 시도하는 청년. 말수는 적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타인에게 다정한 성향을 지닌 인물. 작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배워간다.
● 마리온 (산드라 휠러)
음식 코너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유쾌하고 따뜻한 성격으로 크리스티안에게 호감을 보이며, 그의 삶에 부드러운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녀의 삶 역시 그리 평탄하지 않다.
● 브루노 (페터 쿠르트)
크리스티안의 멘토이자 포크리프트 교육을 담당하는 베테랑 직원.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성격으로, 크리스티안에게 삶의 조용한 질서를 가르쳐준다.
● 핵심 장면
영화 초반, 크리스티안이 포크리프트를 운전하며 조심스럽게 통로를 오가는 장면은 단조로운 노동이 예술적 리듬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 안에 흐르는 음악은 관객에게 일상의 아름다움을 체감하게 만든다.
또한 마리온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크리스티안이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장면은, 말보다 큰 상실감과 무력감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4. 주제 분석 : 조용한 세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여운
<인 디 아일>은 말수 적은 인물들과 일상의 반복을 통해 인간 관계의 미세한 결을 포착한다. 영화는 대형 슈퍼마켓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교류와 소소한 사건들을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쌓아간다. 관객은 이야기의 기승전결보다 ‘정서의 흐름’에 반응하게 되고, 이는 고요한 관찰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정교하게 구현된 결과다.
이 영화는 특히 노동의 리듬과 침묵의 미학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야간 근무자들이 선반을 정리하고 포크리프트를 운전하며 보내는 시간은 극적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의 진심과 정서가 녹아 있다. 이는 노동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행위가 아닌,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내적 리듬으로 그려낸다.
또한 크리스티안, 마리온, 브루노라는 세 인물의 관계는 혈연도, 로맨스도 아닌 ‘사려 깊은 배려와 연대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서로에 대해 깊이 말하지 않으면서도, 말 이상의 교감을 나누는 이들은 ‘함께 있음’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소외된 존재들이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내미는 손짓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희귀하고도 중요한 행위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어질 수 있는가?”
<인 디 아일>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은 간결하지만 깊다. “말이 없더라도, 우리는 타인의 삶에 닿을 수 있는가?”
이는 단순한 소통 방식에 대한 의문을 넘어, 인간 존재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감정적 교류를 이룰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물음이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과거를 거의 밝히지 않으며, 마리온 또한 결혼 생활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커피 머신 앞에서의 짧은 눈맞춤이나, 야간 작업 중 나누는 미소, 혹은 슈퍼마켓 통로에서 마주치는 발걸음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해의 기반을 다져간다. 이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던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문장을 떠올리게 하며, 때론 말보다 더 깊이 있는 교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마리온이 갑자기 사라진 뒤, 크리스티안이 그 부재를 견디는 방식은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그녀를 붙잡지도, 잊지도 못한 채 조용히 기다리며,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간다. 영화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진정한 관계란, 서로의 말보다 삶의 틈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수용’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철학적으로 응시한다.
6. 결론 : 말없는 연대, 그 안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울림
<인 디 아일>은 일상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담담하게 포착하며, 화려한 이야기 없이도 관객의 감정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영화 속 인물들은 큰 사건 없이도 변해간다. 변화는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진실되고 무게감이 있다. 이는 감독 토마스 스터버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 즉 ‘관찰을 통해 이해에 이르는 길’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침묵 속에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감정의 강에 있다. 크리스티안이 느끼는 상실과 애틋함, 브루노의 후회와 회한, 마리온의 혼란스러운 삶은 모두 통로 사이에 자리한 침묵의 층위 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완전히 스며들기보다는, 각자의 서사를 품은 채 ‘조심스럽게 엮이는 존재’들이다.
<인 디 아일>은 말한다. 모든 관계가 뜨거울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어떤 관계는 조용히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이 작품은 ‘비극도, 해피엔딩도 아닌’, 그러나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서사다. 마치 우리가 매일 걷는 마트 통로처럼, 이 영화의 길 위에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그 안에서 길어올릴 수 있는 감정은 결코 작지 않다.
7. 자료 출처
- IMDb
- 독일 영화진흥위원회 (German Films) 공식 사이트
- 베를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2018년)
- 토마스 스터버 감독 인터뷰 - Cineuropa (2018)
- 영화 <인 디 아일> 국내 배급사 공식 자료 및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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