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 감독: 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 원작: 리사 제노바의 동명 소설 『Still Alice』
- 출연: 줄리안 무어, 크리스틴 스튜어트, 알렉 볼드윈
- 장르: 드라마
- 개봉: 2014년
- 상영 시간: 101분
- 수상 내역: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줄리안 무어) 수상
2. 줄거리 요약
앨리스 하울랜드는 언어학 교수로, 가족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커리어도 정점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단어를 잊거나 강의 중 길을 잃는 등의 이상 증세가 시작된다. 병원을 찾은 그녀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는다 —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
기억을 잃어가는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앨리스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가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앨리스를 받아들이고, 그녀 역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존재를 붙들고자 노력한다. 영화는 앨리스가 점차 ‘잊혀가는 자신’을 마주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되새기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 앨리스 하울랜드 (줄리안 무어)
50대 중반의 언어학 교수. 유전성 알츠하이머 진단 이후 삶의 중심이 흔들리지만, 질병과 싸우며 자기 자신을 지키려 한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세밀하면서도 파괴적인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극찬을 받았다.
● 리디아 하울랜드 (크리스틴 스튜어트)
앨리스의 막내딸. 배우의 꿈을 좇으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어머니의 변화 앞에서 내면의 단단함을 드러낸다. 리디아는 앨리스의 마지막 기억 속에 남는 존재로 등장하며, 영화의 중심 메시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 핵심 장면
- 진단 후 첫 강의: 앨리스가 병을 숨긴 채 수업을 진행하지만 단어 하나를 잊어버리며 당혹해하는 장면. 지식인의 무너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셀프 비디오 메시지: 병이 진행되기 전의 앨리스가 미래의 자신에게 자살을 권하는 메시지를 녹화하는 장면. 존재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응축된 순간.
- 딸과의 마지막 대화: 리디아가 연극 대사를 읽어주는 장면에서, 앨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기억한다. 이 장면은 인간의 본질적 감정이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4. 기억과 정체성 :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드는가?
<스틸 앨리스>는 단순히 병리학적 관점에서 알츠하이머를 묘사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이 진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기억의 상실’이라는 병증을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론의 차원으로 확장시킨다는 점이다. 앨리스는 수십 년 동안 언어를 연구하며 지식과 이성을 삶의 중심축으로 삼아온 인물이다. 그녀에게 ‘기억’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기능이 아니라, 자아를 유지하는 가장 본질적인 토대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그 기반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단어를 잊고, 길을 잃고, 가족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질 때, 앨리스는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것 같아”라고 고백한다. 이 대사는 단순한 병의 증세를 넘어, 정체성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대한 실존적 자각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 무너짐이 곧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앨리스는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표현하려 노력하고, 딸 리디아와의 관계를 통해 감정을 나눈다. 말은 흐릿해지고 사고는 단절되지만, 감정의 결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영화는 기억 이전에 감정이 존재하고, 그 감정이 인간다움의 마지막 단층을 지켜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틸 앨리스>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단일한 구조가 아님을 보여준다. 기억, 감정, 관계, 언어, 신체 — 이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인간을 구성하며, 어느 하나가 사라져도 존재는 끝나지 않는다. 앨리스의 삶은, 비록 기억을 잃을지라도 그것이 곧 인간다움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진실을 나타낸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앨리스의 병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언어, 이름, 관계, 학문, 직업 —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아를 구성한다고 믿는 것들이 하나둘씩 앨리스로부터 사라져 간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고, 생각하고, 사랑한다. 영화는 인간 존재를 기억이라는 단일한 축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사라질 때 드러나는 본질적인 인간성을 탐구한다.
● “존엄성은 선택할 수 있을까?”
앨리스는 병이 심해지기 전에 자신의 미래를 대비해 영상 메시지를 남긴다. 그것은 비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그 한계가 왔을 때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는 생명 윤리의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언제까지 인간이고, 어떤 조건에서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스틸 앨리스>는 그 질문을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우리가 존성성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을 관객 앞에 제시한다.
● “고통을 이해하는 가장 진실된 방법은 무엇일까?”
가족은 앨리스의 병을 받아들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특히 리디아는 그 어떤 말보다 ‘함께 있음’이라는 행위로 어머니의 고통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지식인도 아니고, 병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감정적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앨리스와 교감한다. 영화는 말로 하는 위로보다, 곁에 있는 존재 자체가 더 깊은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해와 공감은 반드시 언어를 통해야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이 장면을 통해 강하게 제기된다.
6.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스틸 앨리스>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감정의 밀도를 응축한 채 마무리된다. 리디아는 어머니에게 대사를 읽어주고, 앨리스는 힘겹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한다. 그것은 언어학자가 발화한 가장 간단한 단어이자, 가장 깊은 의미를 가진 감정의 고백이다. 앨리스는 더 이상 자신이 쌓아온 모든 언어와 학문적 지식을 사용할 수 없지만, 그 짧은 한 단어 안에 ‘나’라는 존재의 잔향을 남긴다.
기억은 흐려지고, 논리는 무너진다. 그러나 감정은 살아 있고, 관계는 여전히 지속된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본질이 단지 두뇌의 기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정과 연대의 힘으로 증명해 낸다. 그리고 관객에게 이렇게 묻는다 — “당신이 잊힌다면,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결국 <스틸 앨리스>는 인간 존재의 가장 연약한 순간에 피어나는 강인함을 포착한 영화다. 앨리스는 병의 앞에서 무너지지만, 그 무너짐을 통해 오히려 ‘인간다움의 본질’에 다가간다. 그녀의 이야기는 병에 대한 기록이자, 삶에 대한 성찰이며, 사랑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기도 하다.
7. 자료 출처
- IMDb
- Rotten Tomatoes
- 원작 소설: 『Still Alice』 by Lisa Genova
-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 뉴욕 타임즈 영화 리뷰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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