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리폼드> 리뷰 : 절망과 구원의 기로에서
1. 영화 기본정보
- 제목: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 감독: 폴 슈레이더 (Paul Schrader)
- 각본: 폴 슈레이더
- 장르: 드라마, 심리, 종교
- 제작연도: 2017년
- 러닝타임: 113분
- 출연진: 에단 호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세드릭 더 엔터테이너 등
- 수상 및 평가: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린피스상 수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각본상 수상
2. 줄거리 요약
뉴욕 북부의 한적한 지역, 한때 혁명가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던 유서 깊은 교회 ‘퍼스트 리폼드’의 목사 ‘톨러’는 과거를 잊은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아들을 전쟁으로 잃은 뒤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환경운동가 미카엘과 그의 아내 메리가 교회를 찾아오면서 톨러의 내면에 균열이 생긴다.
미카엘은 환경 파괴로 인해 태어날 아이가 절망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란 이유로 출산을 반대한다. 이 대화는 톨러에게 깊은 흔들림을 준다. 미카엘의 자살 이후, 톨러는 점차 신앙과 세속, 윤리와 절망 사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고뇌의 여정을 섬세하고 서늘하게 그려낸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3-1. 에른스트 톨러 (에단 호크 분)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 전직 군 chaplain(군목사)으로, 과거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인간 존재의 목적, 신앙의 의미, 현대 문명에 대한 환멸 등을 깊이 사유하며, 점차 내면의 어둠에 휘말려 들어간다.
3-2. 메리 맨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분)
미카엘의 아내. 남편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새로운 생명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영화의 유일한 '빛'이며, 톨러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 인간적 연결을 유지하게 하는 존재이다.
3-3. 핵심 장면 : 미카엘과의 상담
미카엘은 "이 아이를 이 지구에 태어나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장면은 단순한 대화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목사인 톨러조차도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에 직면하며, 관객 역시 같은 혼란 속에 빠져든다.
4. 주제 분석 : 절망의 시대에 신앙이란 무엇인가
<퍼스트 리폼드>는 흔한 종교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신앙을 찬양하거나 회의하는 수준을 넘어서, 신앙의 존재 자체를 해부한다. 폴 슈레이더는 이 영화를 통해 현대 세계가 직면한 윤리적, 생태적, 정치적 위기를 배경으로 삼아 신앙의 본질을 고민한다.
톨러 목사의 내면은 이중적이다. 그는 목사로서의 책임을 다하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신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목사이기에 스스로의 불신을 숨기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환경운동가 미카엘과의 대화는 그 질문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톨러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지구의 파괴를 외면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신의 침묵마저도 고통스러운 현실로 다가온다.
여기서 중요한 주제는 '믿음의 부패'다. 교회의 타락은 단순히 종교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어떤 가치 위에 돌아가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축제 교회(Abundant Life Church)는 화려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며, 기업 후원에 의존한다. 반면 퍼스트 리폼드 교회는 쇠락한 유산이자, 이상만 남은 폐허다. 두 교회의 대비는 이 영화가 가진 종교와 자본의 모순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톨러의 고뇌는 개인의 신앙이 세상의 구조적 모순과 마주칠 때 얼마나 흔들릴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단지 정신적 붕괴 때문만이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퍼스트 리폼드>는 이야기 속에 깊은 철학적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그 질문들은 등장인물들의 선택 속에 살아 움직이며, 관객의 내면에까지 흔들림을 남긴다.
5-1. “우리는 정말 이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자격이 있는가?”
미카엘은 자신의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절망적이라 믿는다. 그는 단순한 우울증 환자 개인이 아니다. 그는 기후 위기, 정치의 무능력, 생태계의 붕괴가 인간 존재를 위협한다고 믿으며, 그 윤리적 책임을 아버지로서 회피하려 한다.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외면해온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말 이 세계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격이 있는가?
5-2. “믿음은 과연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톨러는 신을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점점 내면의 침묵으로 바뀌고, 급기야는 절망을 방조한다. 영화는 단순히 신의 존재를 묻는 것이 아니라, "신을 믿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실천적 질문을 던진다.
신앙이 현실 속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연 진정한 신앙일까? 현대 종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5-3. “고통받는 세계에서 침묵하는 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질문은 톨러의 일기와 기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그는 끊임없이 기도하지만,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현대의 많은 이들이 겪는 영적 무력감과도 연결된다. 신이 침묵할 때, 인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영화는 이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 그 질문과 마주하는 '과정' 자체를 철학적으로 조명한다.
6. 결론 : 조용한 광기와 신성한 질문이 만나는 지점
<퍼스트 리폼드>는 종교와 철학, 생태와 윤리, 개인과 세계의 충돌이 하나의 인간을 통해 어떻게 응축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영화다. 폴 슈레이더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현대적 묵시록을 만들었다. 톨러 목사의 파국은 그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정신적 붕괴의 은유로 표현된다.
톨러는 메리의 존재를 통해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삶과 사랑, 새로운 생명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메리의 품 안에서 톨러는 다시 한 번 인간과 연결된다. 그 장면은 구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최후의 질문처럼 다가온다.
결국 <퍼스트 리폼드>는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끝까지 품고 가는 영화다. 인간이란 존재가 끝내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묻는 자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음을 말한다. 이 영화는 침묵 속의 외침이다. 우리는 이 침묵을 견딜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7. 자료 출처
- IMDb (Internet Movie Database)
- 영화 기본 정보 및 출연진, 감독, 제작 정보
- https://www.imdb.com/title/tt6053438
- Rotten Tomatoes
- 평론가 평점, 관객 평점, 주요 비평 코멘트
- https://www.rottentomatoes.com/m/first_reformed
- The New Yorker
- 영화 평론: “Paul Schrader’s Crisis of Faith in First Reformed”
- https://www.newyorker.com/culture/the-front-row/paul-schraders-crisis-of-faith-in-first-reformed
- The Guardian
- 감독 인터뷰: “Paul Schrader: ‘This is the film I was born to make’” (2018)
-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8/jul/06/paul-schrader-first-reformed-interview-ethan-hawke
- A24 공식 홈페이지
- 배급사 제공 공식 시놉시스 및 영화 소개 자료
- https://a24films.com/films/first-reformed
- RogerEbert.com
- 평론가 리뷰: Brian Tallerico, “First Reformed Movie Review & Film Summary (2018)”
- https://www.rogerebert.com/reviews/first-reformed-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