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코다 CODA>리뷰 : 소리를 넘어 마음으로 전하는 이야기

lucet 2025. 7. 2. 23:14

청각장애인 가족과 루비가 어촌에서 함께 있는 모습. 소녀는 노래를 부르며 아버지는 그녀의 성대에 손을 얹고 음악을 느끼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가족을 감싸는 감동적인 장면.

 

 

1. 영화 기본정보

  • 제목: 코다 (CODA)
  • 감독: 션 헤이더 (Sian Heder)
  • 각본: 션 헤이더
  • 장르: 드라마, 가족
  • 제작국가: 미국
  • 개봉연도: 2021년
  • 러닝타임: 111분
  • 출연진: 에밀리아 존스, 마리 리틀러,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등
  • 수상내역:
    •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 수상
    •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및 심사위원대상 수상

2. 줄거리 요약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 즉 CODA (Child of Deaf Adults)를 의미하는 루비의 성장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사추세츠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루비는 새벽 어업을 돕고 학교에 가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겐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꿈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 특히 노래에 대한 열정입니다. 고등학교 합창단에서 노래 실력을 발견한 루비는 보스턴의 명문 음악대학 ‘버클리 음대’ 진학을 꿈꾸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은 그녀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루비는 가족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자립과 사랑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 루비 로시 (에밀리아 존스 분)

루비는 청각장애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가족을 떠나야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갈등합니다.

● 프랭크 로시 (트로이 코처 분)

루비의 아버지이며, 유쾌하고 직설적인 인물입니다. 딸의 음악에 대한 꿈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차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핵심 장면: 트럭 위에서 루비의 노래를 느끼기 위해 딸의 성대를 손으로 만지며 음악을 ‘청각이 아닌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정점을 이룹니다.

● 재키 로시 (마리 리틀러 분)

루비의 어머니이자, 청각장애를 지닌 여성으로 딸의 독립을 두려워합니다. 딸이 통역 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 마일스 (페르디아 월시필로 분)

루비의 듀엣 파트너로, 루비에게 음악적 자극과 감정적 위로를 동시에 줍니다.

● 베르나르도 선생 (유헤니오 델베즈 분)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악대학 입학을 위해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인물입니다. 예술가로서의 자율성과 자기 신념을 심어줍니다.


4. 주제 분석 :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공감의 힘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 가족과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갈등을 통해,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 세대 간 이해, 그리고 자아실현이라는 다층적인 주제를 동시에 다룹니다.

● 소수자와 다수자 사이의 소통 문제

루비의 가족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촌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접 판매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농인(Deaf) 공동체가 현실에서 겪는 언어 장벽과 제도적 배제를 생생하게 반영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장벽을 단순한 불편이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제기하면서, 청각 중심 사회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 가족의 울타리와 개인의 꿈

루비는 가족의 의사소통 창구이자 생계의 일부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가족의 기대와 개인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모습은, 가족의 책임과 개인의 자아실현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아버지 프랭크의 대사 “우리는 너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은 사랑인 동시에, 루비에게는 족쇄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이 딜레마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결국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은 소유가 아닌 해방임을 일깨웁니다.

●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다리

루비가 선택한 매개는 ‘노래’입니다. 가장 청각적이고 감각적인 예술인 음악을 통해, 그녀는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려 합니다. 루비의 노래는 단지 예술적 표현을 넘어, 공감의 언어로 기능하며 청각의 유무를 넘어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됩니다. 노래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루비에게 있어 가족과 세상을 동시에 포용할 수 있는 다리인 셈입니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영화 <코다>는 겉보기에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성장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관객에게 되묻는 철학적 질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영화 속 상황과 대사를 통해 유도되는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진짜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작품은 “듣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루비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지만, 가족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감정을 읽으며, 터치로 감각을 공유합니다. 이는 진짜 소통이란 단지 ‘언어의 전달’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감정의 공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장애란 무엇이며, 정상성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청각장애를 단순히 결핍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루비의 가족은 생계를 책임지고, 서로 유쾌하게 지지하며, 자신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갑니다. 영화는 '장애’라는 개념 자체가 청각 중심 사회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규범임을 조명합니다. 진정한 장애는 육체적 결함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철학적으로 드러냅니다.

● “가족의 책임과 개인의 자유는 공존할 수 있는가?”

루비는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왔고, 이는 당연한 의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루비가 자신의 꿈을 좇는 선택을 통해 ‘책임’과 ‘자기 삶’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철학적으로는 ‘공동체 속의 개인’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면입니다.

●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영화의 후반, 루비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스턴의 오디션에 참여합니다. 이는 단지 음악대학 진학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존적 결단입니다. 이는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처럼,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직접 결정하는 인간의 능동성을 상징합니다.


6. 결론 : 조용한 세계 속 울림 있는 선택

영화 <코다>는 단순히 ‘장애’를 소재로 한 감성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 가족과 개인의 균형, 그리고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던지는 작품입니다.

루비는 청각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사이에서 다리를 놓습니다. 그녀는 그 다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시에 가족과의 관계도 잃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동이 순간적인 눈물이 아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자아를 키우고, 자아를 통해 가족을 다시 품을 수 있다는 것. 이는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유효한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언어와 소리라는 외형적인 매개가 아니라, 진심과 공감이야말로 인간을 연결하는 가장 본질적인 소통 방식임을 깨닫게 됩니다.

<코다>는 그렇게, 작지만 울림 있는 물결처럼,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7. 자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