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리뷰 : 생명과 자본 사이의 경계
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옥자 (Okja)
- 감독: 봉준호 (Bong Joon-ho)
- 장르: 액션, 드라마, 모험, SF
- 각본: 봉준호, 존 론슨
-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등
- 제작: 넷플릭스 / 플랜B 엔터테인먼트
- 상영시간: 121분
- 개봉일: 2017년 6월 28일 (한국), 2017년 칸 영화제 공식 초청
- 언어: 한국어, 영어 혼용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 줄거리 요약 : '옥자'를 되찾기 위한 소녀의 여정
2007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든 ‘슈퍼돼지’를 키워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Mirando)는 26개의 슈퍼돼지를 각기 다른 나라에 보내 10년간 성장시킨다. 그중 한국 강원도의 산속에서 자란 슈퍼돼지 '옥자'는 소녀 미자와 가족처럼 지낸다.
하지만 10년 후, 미란도는 옥자를 '최고의 슈퍼돼지'로 선정하며 뉴욕으로 데려가고, 미자는 이를 막기 위해 단신으로 미국까지 쫓아간다. 그녀는 동물해방전선(ALF)이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 옥자를 구출하려 하지만, 기업과 이익의 벽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냉혹하다.
결국 미자는 옥자를 되찾지만, 이를 위해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타협해야 한다. 영화는 희망적인 결말로 보이지만, 수많은 옥자들이 여전히 도살장에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현실 인식을 남긴다.
3. 주요 등장인물 및 핵심 상징 분석
👧 미자 (안서현)
- 자연 속에서 자란 소녀로, 생명을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대한다.
- 인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대표하는 인물.
- 성장이 아닌 ‘일관된 순수함’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비춰주는 존재.
🐷 옥자
-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감정과 교감을 나누는 존재.
- 자본주의 사회에서 객체화된 ‘상품화된 생명’의 상징.
- 극 중 장면마다 타자의 시선에 따라 대상화/주체화가 반복된다.
🧪 루시 미란도 (틸다 스윈튼)
- 이중적인 자본의 얼굴 : 친환경을 외치지만 본질은 잔혹한 이익 추구.
- 동물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기업의 위선적 이미지.
🕶 ALF (동물해방전선)
- 극단적이지만 인간 중심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
- 윤리적 모순 속에서도 최소한의 '선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존재들.
4. 주제 해석 : 생명을 먹는 사회,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영화 《옥자》는 표면적으로는 한 소녀와 동물의 감동적인 구출극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소비 방식, 그리고 인간 중심주의적 윤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강력한 사회적 우화다.
생명을 규격화하는 시스템
영화 속 미란도 기업은 옥자를 ‘슈퍼돼지’라 부르며, 유전적 개량으로 효율적인 고기 생산을 주장한다. 이는 현재의 축산 산업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생명의 표준화, 규격화, 상품화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우리는 고기를 소비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몸'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옥자는 그 무감각함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소비자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지만, 또한 구조적으로 갇혀 있다. ‘비윤리적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의지조차 대기업, 홍보, 포장 기술, 가격 경쟁력이라는 장벽에 부딪친다.
《옥자》는 우리에게 단순히 분노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묻고 있을 뿐이다.
“너는 네가 먹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미자의 저항이 가진 의미
미자는 옥자를 되찾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거대한 구조적 시스템에 ‘돈’을 지불해야 했고, 다른 동물들은 구하지 못한다. 이는 작은 저항이 구조를 완전히 바꾸지 못할지라도, 생명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메시지는 윤리적 이상주의도 아니고, 체제 전복적 선언도 아니다. 그것은 "작지만 지속 가능한 삶의 자세"에 대한 영화의 제안이다.
5. 이야기 중심 철학적 통찰 : '좋은 의도'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가?
《옥자》는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사회가 구축한 시스템—즉 자본주의, 기술, 소비, 윤리—가 충돌하고, 그 사이에서 진실한 관계는 언제나 소외되고 밀려난다는 현실을 통렬하게 드러낸다.
인간 중심주의 비판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생명 자체마저 인간이 설계하고 통제하려는 시도에 질문을 던진다. 이는 근대의 인본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반발이자, 생명 중심주의적 시선의 회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다.
도덕적 선택이 비도덕적 체계 안에 갇힐 때
미자의 ‘구출’은 개인적 윤리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옥자들이 여전히 도살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비극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개인의 정의는 시스템 앞에서 무력할 수 있다."
이는 실존주의 윤리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자유와 그 한계”를 반영하며, ‘좋은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순환 구조의 잔혹함
ALF는 구조를 거부하는 듯하지만, 그들조차 체계 내부에서 싸운다. 미자는 옥자를 지키기 위해 돈을 건네야 하고, 그 장면에서 윤리와 자본은 결국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이 영화는 '구조를 벗어난 저항'이 가능한지 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한다.
“가장 인간적인 저항은, 아주 작은 존재와 끝까지 함께하는 일이다.”
6. 결론 : <옥자>가 묻는 질문, 우리가 해야할 응답
《옥자》는 단지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 우리는 감정이 있는 존재를 먹고 있다.
- 우리는 진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
- 우리는 비윤리적 선택을 구조적 강요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다.
미자가 옥자의 발을 잡고 끝까지 함께 걷는 장면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거대한 구조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의 생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를.”
옥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눈빛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고 싶은 존재로 나를 봐줄 수는 없는 거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영화는 단지 영화가 아니라, 거울이 된다.
7. 자료 출처
- IMDb – Okja (2017)
- https://www.imdb.com/title/tt3967856/
- 영화 기본 정보(감독, 출연진, 장르, 상영시간 등) 및 수상 내역 참고
- Rotten Tomatoes – Okja
- https://www.rottentomatoes.com/m/okja
- 평론가 및 관객 평점, 리뷰 요약 참조
- Wikipedia – Okja (film)
- https://en.wikipedia.org/wiki/Okja
- 줄거리 요약, 제작 배경, 등장인물 해설 등 다각도 정보 활용
- Netflix 공식 시놉시스 및 홍보 자료
- 넷플릭스 내 영화 상세 페이지 및 관련 보도자료
- 미자-옥자의 관계, 기업 미란도 설명 등 상세 설명 기반 확보
- The Guardian, Variety 등 해외 평론 기사
- The Guardian: Bong Joon-ho’s Okja – review
- Variety: Cannes Film Review: ‘Okja’
- 영화 속 사회 비판적 요소, 철학적 해석 및 메시지에 대한 비평적 논의 반영
- 『슬픈 열대』 – 레비스트로스 / 『도축장의 시간들』 – 장루이 푸르니에 (간접 참고)
- 인간 중심의 윤리와 비인간 생명에 대한 태도 전환이라는 주제 분석의 철학적 기반 참고
- 봉준호 감독 인터뷰 및 칸 영화제 Q&A
- 제작 의도, 옥자의 상징성, 미자 캐릭터 설계 등에 대한 감독의 직접 발언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