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썬>리뷰 : 잊을 수 없는 여름, 놓쳐버린 진심.
1. 영화 기본정보
- 제목: 애프터썬 (Aftersun)
- 감독: 샬롯 웰스 (Charlotte Wells)
- 각본: 샬롯 웰스
- 장르: 드라마
- 제작국가: 영국, 미국
- 러닝타임: 101분
- 출연진: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 개봉연도: 2022년
- 수상내역: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폴 메스칼) 노미네이트 등
2. 줄거리 요약
<애프터썬>은 어린 딸 소피와 젊은 아버지 캘럼이 함께한 터키 해변 여행의 기억을 성인이 된 소피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 일상의 파편을 모아 한 사람의 기억과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당시엔 단지 평온한 여름 여행으로 보였던 순간들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린 소피는 몰랐던 아버지의 고통과 외로움, 복잡한 내면이 카메라의 영상과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영화는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조용한 되새김으로 마무리된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 캘럼 (폴 메스칼)
30대 초반의 젊은 아버지. 겉으로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상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우울함을 품고 있다.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소피를 진심으로 아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 소피 (프랭키 코리오)
11살의 소녀. 아버지와 단둘이 휴가를 떠나며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그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감정을 어른이 되어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 핵심 장면
영화의 중심에는 캠코더 영상 장면이 있다. 어린 소피가 아버지를 촬영하고, 아버지가 그녀를 촬영하는 장면은 서로를 기록하면서도, 결국 상대방의 진심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 말미, 클럽에서 아버지가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 환상적인 장면은 현실과 기억, 상실과 이해가 한데 뒤섞여 감정의 절정을 이루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감정적 밀도를 응축한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4. 주제 분석 : 기억의 파편과 말하지 못한 감정 사이
<애프터썬>은 사랑과 이해, 기억과 후회의 감정을 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샬롯 웰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와 딸 사이의 섬세한 정서를 포착하면서도, 관계가 항상 완전한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캘럼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고통과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고, 그 복잡한 감정은 종종 엷은 미소 뒤에 숨겨져 있다. 소피는 어린 나이의 순수함으로 아버지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그 당시엔 몰랐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색깔로 재해석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 ‘시간의 거리감’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어떤 순간을 당시에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야, 그때의 표정, 말투, 침묵의 의미를 알게 된다. 영화는 바로 그 과정 자체를 다룬다. 기억은 선형이 아니라 단편적이고 감정 중심의 재구성임을, 웰스 감독은 감각적인 이미지와 조용한 리듬으로 표현한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 “사랑하는 사람을 진짜로 안다는 건 무엇일까?”
<애프터썬>은 본질적으로 '이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중심에 둔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잘 안다고 믿지만, 과연 그 믿음은 어디까지가 타당할까? 영화 속 캘럼은 딸에게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아버지이지만, 동시에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다.
소피는 그를 좋아했고, 함께한 여행도 분명 즐거웠다. 그러나 영화는 그 여름의 풍경 뒤에 가려진 ‘말하지 못한 것들’에 주목한다. 말없이 흘러간 순간들,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행동들이 후에 돌아보았을 때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 이 영화는 바로 그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이해의 한계를 짚어낸다.
이때 영화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열어두며, 관객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피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이는 단지 영화 속 부녀의 이야기를 넘어, 관객 자신의 관계와 기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놓쳤던 감정은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던진다.
6. 결론 : 끝나지 않은 여름, 마음속에서 다시 반복되는 기억
<애프터썬>은 여름이라는 계절, 휴가라는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특별한 감정의 흐름을 건져 올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명확한 결말이나 사건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결이다.
샬롯 웰스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에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다. 특히 클럽에서의 환상 장면은 현실과 기억, 상상과 감정이 모두 뒤섞인 압축적인 상징이며, 그 장면을 통해 소피의 내면에 자리한 후회, 사랑, 이해의 감정이 절정에 이른다. 그 순간, 우리는 단지 한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끝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애프터썬>은 기억과 관계의 본질을 묻는 조용한 성찰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성숙의 이야기다. 때론 사랑은 오해 속에 있고, 어떤 감정은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말하지 못했던 사랑’이 남긴 잔열을, 한 편의 시처럼 그려낸다.
7. 자료 출처
- IMDb
- BFI Sight & Sound: Interview with Charlotte Wells
- IndieWire 리뷰 및 평론
- Variety: 폴 메스칼 인터뷰
- Rotten Tomatoes 평론가 리뷰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