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쉰들러리스트> 리뷰 : 절망의 시대에 생명을 구한 한 사람

lucet 2025. 6. 18. 19:12

1940년대 유럽, 눈 덮인 거리 배경 속 흑백톤. 독일군 복장을 한 인물들이 지나가는 거리의 구석에서 붉은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걷고 있는 장면. 강렬한 대비를 통해 절망과 무고함이 교차되는 분위기 연출.

 

 

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 각본: 스티븐 자일리언 (Steven Zaillian)
  • 원작: 토머스 키닐리(Thomas Keneally)의 소설 『쉰들러의 방주 (Schindler’s Ark)』
  • 장르: 역사, 전쟁, 드라마
  • 개봉: 1993년
  • 러닝타임: 195분
  • 주요 출연: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 수상내역: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2. 줄거리 요약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수많은 유대인을 구한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쉰들러는 이익을 목적으로 폴란드 크라쿠프에 공장을 세우고 유대인 노동자들을 값싸게 고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유대인들의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게 되고, 점차 그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그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리스트'를 만들어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약 1,100명의 유대인을 나치의 학살로부터 구해낸다.


3. 주요 인물 소개 및 핵심 장면

● 오스카 쉰들러 (리암 니슨)

영화의 중심인물. 처음엔 철저한 기회주의자이자 사치와 이익을 좇던 사업가였지만, 점차 변화하며 인간성과 도덕성을 회복해 간다. 그의 변화는 영화의 주요 서사이자 감정의 축이다.

● 이삭 스턴 (벤 킹슬리)

쉰들러의 회계사로, 실질적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작성한 인물. 냉철하면서도 깊은 윤리의식을 지닌 조력자. 쉰들러의 인도적 전환을 돕는 핵심적 인물이다.

● 아몬 괴트 (랄프 파인즈)

나치 친위대 장교로 플라쇼프 강제수용소를 관리하는 인물. 유대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학살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냉혹한 인물로, 잔인함과 광기가 절정에 달한 나치 권력의 상징이다.

핵심장면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붉은 코트를 입은 소녀”를 쉰들러가 바라보는 장면이다. 흑백 영상 속 유일한 컬러 장면으로, 그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쉰들러는 인간성의 붕괴를 직시한다. 이 장면은 그가 단순한 사업가에서 사람을 구하는 인간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함축한다.


4. 주제 분석 : 절망의 시대에도 인간다운 선택은 남아 있었다.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묘사하거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극단적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는가?”

● 선택의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도덕성

오스카 쉰들러는 처음부터 도덕적 영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익을 위해 기회를 노리던 사업가였으며, 전쟁 상황을 활용해 자본을 축적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현실의 참혹함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득보다 생명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그의 전환은 극적인 반전이 아닌, 수많은 도덕적 갈등과 고뇌 끝에 얻어진 결과이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 구별된 색채, 상징으로 남은 ‘붉은 코트 소녀’

영화 전반이 흑백 화면으로 진행되지만, 한 소녀의 붉은 코트만이 유일하게 색으로 표현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미장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색채의 대비를 통해 숫자와 통계로 환원되던 피해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강조한다. 소녀는 이념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고, 그 삶이 사라지는 순간 쉰들러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깨닫는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꿰뚫는 휴머니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 연민에서 실천으로, 감정의 윤리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히 관객에게 연민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고통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실천과 책임지는 윤리로 나아가야 함을 말한다. 쉰들러는 연민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신념을 증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사회적 불의 앞에서 연대와 선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전하고 있다.


5. 스토리 속에서 찾은 철학적 질문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쉰들러 리스트>는 삶과 죽음, 도덕과 타협, 공포와 책임이라는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지며, 시대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고민해야하는 주제들을 전달한다.

● “나 하나의 선택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쉰들러는 제국도, 군대도 아닌 단 한 사람의 선택으로 1,10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무력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무력하다는 말은, 어쩌면 행동하지 않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행동 하고 있는가?

● “평범한 사람도 악의 도구가 될 수 있는가?”

악의 화신처럼 보이는 괴트 역시, 체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 한 개인이었다. 그는 때때로 친절해 보이기도 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드러내며, 도덕적 책임이 권력의 위계 안에서 흐려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 “인간다움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쉰들러는 처음엔 전쟁을 기회로 생각했지만, 한 사람의 고통을 목격한 이후 인간다움을 회복해 나간다. 영화는 대답한다. 인간다움은 특별한 지식이나 윤리 강령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마주하고 외면하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영화는 거창한 이상보다, 작고 구체적인 연민과 실천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발견하게 한다.


6. 결론 : 기억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쉰들러 리스트>는 비극을 다룬 영화지만, 희망을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것은 희망이 현실을 외면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오스카 쉰들러는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했고, 그로 인해 수천 명의 후손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영화는 그 숫자 이상의 의미, ‘존엄한 삶’의 가치를 말하고자 한다.

또한 이 영화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윤리를 요구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스필버그는 쉰들러의 묘비 앞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후손들이 헌화하는 실제 장면을 영화의 마지막에 삽입하며 말한다. “기억하라, 그 이름을. 그리고 그 선택을.”

<쉰들러 리스트>는 거대한 영웅의 전기가 아니라, 도덕적 갈등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기록이다. 이 기록을 기억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는 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윤리적 목소리 이기도 하다. 우리는 쉰들러의 리스트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이의 생명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7. 자료 출처 (References)

영화 정보 및 크레딧

원작 및 관련 문헌

  • Thomas Keneally, Schindler’s Ark, Hodder & Stoughton, 1982
    → 영화의 원작 소설로, 실화를 기반으로 함.

역사적 배경 및 홀로코스트 관련 공식 자료

철학적 및 윤리적 해석 참고 문헌

  •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Penguin Books, 2006
  • Primo Levi, If This Is a Man, Abacus, 1958 (한국어 번역본: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비평 및 감독 인터뷰